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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길목에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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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들로 인해 나는 수행하면서도 마음의 혼란을 느꼈으며, 스승이 돌아가신 후에는 완전히 방향을 잃어버렸다. 수행자에게 있어 자신의 수행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다는 건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런 공허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한 사찰을 찾아 머물면서 하루에 세 차례씩 신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했다. 그리고 이 수행은 향후 20년 동안 계속되었는데, 내겐 이미 습관이 되어 싫증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신실하게 절을 하면서 진리에 대한 나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면서부터는 수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렇지만 평범한 대중 생활을 해 나가면서 나는 내 자신이 수행자로서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진리를 찾는 승단에 대해 부끄러운 존재로 느껴졌던 것이다. 과거 대수행자들은 자신의 육체적 욕망을 비롯한 모든 욕망을 버리고 신실히 수행하여 도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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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천장을 향해 누워있었다. 그 순간 극심했던 피곤도 말끔히 사라져 몸이 가벼워졌고, 마음도 편안하고 힘이 솟아났으며 졸음도 없어졌다. 이 체험에 대한 감사와 내면의 법열로 인해 나는 나머지 사흘 동안도 매우 신실하게 수행해 나갈 수 있었고, 나는 가볍고 행복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다시 20년이 흘렀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 저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나는 또 다시 어쩌면 내 수행생활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안거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49일간 안거하기로 생각했지만,60세가 넘은 내 육신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으며, 신심 역시 약해져 있어서 감히 큰 진보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굳은 마음으로 7주간의 안거를 마친 나는 앞으로 어느 정도 깨달음의 결실을 얻을 때까지 평생 수행하기로 결심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주변에 사는 스님들과 신도들이 찾아왔다. 우리는 밤늦도록 수행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손님이 떠날 무렵, 나는 한 신도에게 물었다.

“자네는 무슨 수행을 하는가?"
“관음법문을 합니다.”

그 대답에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관음보살의 명호를 외우는 건가?”
그런데 그에게선 생각지도 않은 말이 나왔다.
“내면의 빛과 소리를 관하는 겁니다.”

그는 칭하이 무상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줬지만, 나는 만족스럽지 않아 더 자세히 캐물었다. 하지만 입문을 해야만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관음법문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봤지만, 큰 관심이 일어나 나는 바로 다음 날 서울 센터를 찾아가 입문을 신청했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고 12권을 사서 돌아왔다. 그런데 "즉각 깨닫는 열쇠" 1권을 반도 읽지 않았는데 사방에서 내면의 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결코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였지만, 그 소리는 굉장히 편안하고 마음이 즐거워졌다. 책에는 빛과 소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으며, 책을 읽을수록 나는 더 많이 읽고 싶어졌다. 나처럼 거의 한평생을 참선수행을 하며 선(禪)적인 생각이 깊이 박힌 사람들은 대개 스승님의 가르침을 믿기 어렵지만, 나는 이틀 동안 책을 읽으면서 이 법문이 올바르며 또한 수행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나는 입문을 받았는데, 입문식은 한밤중에 끝났다. 새 입문자들이 체험을 얘기하는 것을 보고 아무것도 체험하지 못한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심지어 입문식 때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까지 했다. 입문당시 모든 것이 낯설고 매우 긴장한 상태여서 나는 내가 체험을 했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다음 날 단체명상 때, 스승님이 우리를 보러 나오셨다. 스승님이 내옆을 지나치실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스승님께 절을 했다. 스승님은 발걸음을 멈추고 내게 인사하시며 한참동안이나 자비롭고 진지하게 바라보셨다.

저녁 명상 때 다시 나오신 스승님은 남미 동수들을 가까이 부르셨다. 스승님이 그들의 이마와 머리를 만져주시는 것을 보고 나는 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단상으로 달려가 스승님의 손길을 기다렸다. 스승님은 단상을 떠나실 무렵 내 등을 세 번 가볍게 치시더니 따라오라고 하셨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나는 통역을 통해 입문식 때 아무런 체험이 없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스승님은 내 눈과 이마를 여러 차례 만져주시고는 관광하는 법에 대해 알려 주셨다. 그 순간 나는 20년 전 나타났던 노스님이 바로 스승님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체험을 스승님께 말씀드리자 스승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감사합니다." 하고 한국어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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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잡지 129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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