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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역시 신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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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새들이 지저귀고 꽃 냄새가 물씬 피어나는 산속에서 신선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산에는 사랑스런 동물들도 많지만 뱀들도 많이 산다. 처음 뱀을 봤을 땐 매우 무서워했지만 얼마 후에는 익숙해져 뱀을 봐도 먼저 지나가도록 내버려두게 되었다. 그래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뱀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어느 날 나는 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스승님을 따라 몇 년 간 수행하면서 여러 면에서 진보하였고 또 자신감도 생겨 침착하고 두려움이 없어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고선 끝에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뱀은 무서워.”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문 밖 돌벽에 작은 독사가 한 마리 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순간 겁에 질려 집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나는 잡을 생각도 못 한 채 물릴까 봐 무서워하며 뱀이 스스로 가 버리길 바랐다. 그러나 내가 밖으로 외출해야 했을 때도 뱀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고, 몇 시간 후 집에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집에 들어가 잘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마침내 큰마음 먹고 자루와 가는 대나무 막대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뱀을 잡는 방법은 길고 가는 막대기로 뱀을 들어올려 자루에다 넣는 것이다. 그런 후 다른 곳에다 풀어 주면 된다.) 다행히 돌아와 보니 뱀은 사라지고 없었다.

또 한번은 다른 산에서 잠시 살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밤 방에 들어와 불을 켜 보니 두 마리의 독사가 방 안에 있는 것이었다. 그 집은 산비탈에 붙은 벽 쪽에 수도관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었는데, 거기에 구멍이 생겨 수도관이 보였다. 그 구멍이 보기 흉해서 얇은 나무판자로 덮어 놓긴 했지만 구멍을 완전히 메운 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 뱀이 그 판자의 틈새로 들어왔던 것이다. 내가 들어오자 뱀은 다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나무판자가 외부에서 밀고 들어오게 되어 있을 뿐 방에서 밀고 나갈 수는 없게 되어 있어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때 판자 뒤에서 다른 뱀의 꼬리가 보였다. 아마도 친구의 탈출을 도우려고 온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워 식은땀이 나고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얼른 짐을 챙겨 뛰어나와 다른 곳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뱀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이웃이 뱀이 완전히 가 버렸는지 확인해 주려고 우리 집에 왔다. 그녀는 고무장갑을 끼고 고무장화를 신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들고 서랍장과 테이블을 샅샅이 뒤집어 보는 등 아주 세심하게 집안 곳곳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구멍을 막고 있는 얇은 나무판자를 들어올리자 뱀이 똬리를 틀고 앉아 우리에게 혀를 날름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간 크게도 판자를 치우고 아무렇지도 않게 뱀을 쳐다보았다. 반면 나는 무서워서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판자 주위로 뱀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많으니 구멍을 완전히 막아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판자에 못 치는 것을 도와주었고 또 접착제로 단단히 봉해 주었다. 나는 그녀의 침착한 태도에 감동받았다. 매사를 세심하게 처리하는 천성이 그녀를 용감하게 만든 것 같았다.

얼마 후 원래 살던 집으로 다시 옮겨 온 후, 한동안은 예전에 문 앞에 보이던 뱀의 자취가 보이지 않았다. 한번은 마을을 떠나 있을 때, 나는 친구에게 그 뱀에 대한 얘기를 하며 그게 아직 살아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며칠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뱀 허물이 바깥쪽 벽에 붙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뱀은 아마도 내 말을 듣고는 직접 행동으로 대답해 준 것 같았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집 주위를 둘러보니 비로 인해 진흙으로 된 옹벽에 아주 많은 구멍들이 생겨나 있었다. 뱀들이 살기에 딱 맞게 생겨서 나는 시멘트로 그 구멍들을 막기로 했다. 우선 석회를 발라 혹시 그 안에 살고 있을지 모를 작은 동물들이 이사 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정말 그날 밤 문 밖 물통 옆에서 작은 초록 뱀이 나타났다. 뱀의 꼬리를 본 순간 나는 집으로 뛰어 들어가 컴퓨터를 방충문 가까이 놓고 스승님의 강연 MP3를 틀어 놓았다.

몇 시간 후 잠에서 깨어나 불을 켜 보니 뱀은 아직도 밖에 있었다. 뱀은 머리를 컴퓨터 앰프를 향한 채 쭉 뻗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컴퓨터에선 이란 선칠(禪七)에서 스승님이 동수들과 함께 부르신 불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참 동안 뱀은 꼼짝 않고 있어서 죽은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살아 있으면 불빛이나 사람의 인기척이 조금만 나도 도망치기 때문이다. 불찬이 끝나고 동수들이 체험을 발표하기 시작하자 그제야 뱀은 사라졌고, 나는 그때 뱀이 죽은 게 아니라 불찬을 들으며 삼매에 빠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자 갑자기 뱀도 아주 사랑스럽고 대단히 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마치 그 뱀들은 텔레파시가 있는 것처럼 내가 멀리서 한 말도 알아들었으며, 내가 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나타나곤 했다. 영락없었다! 스승님도 이전에 말씀하시길, 동물 역시 우리의 진보를 돕기 위한 신의 도구라고 하셨는데, 나는 이번에 정말 그렇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뱀에 얽힌 경험은 내게 나 자신이 무서워하는 존재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 뉴스잡지 138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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