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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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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진동'이 있기 직전 나는 책상에 앉아 이젠 거의 손재주가 없어진 점토 빚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우리는 플로리다 추석행사 때 전시대를 세우고 점토공예품들을 전시할 계획이었다. 손꼽아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날짜가 다가왔다!

갑자기 땅이 크게 진동하자 테이블 위에 있던 점토 상(像)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쓰러졌다. 그리곤 캄캄해졌다! 나는 신도 신지 못한 채 있는 힘을 다해 밖으로 뛰쳐나왔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보니 내가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뜰에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집 맞은 편에선 큰 바위들이 아래로 구르고 있었다. 그 소리가 공포심을 자아냈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난 정말 겁먹고 있었다.

동시에 나는 낡은 건물 5층에 사시는 부모님 걱정을 했다. 한 분은 걷는 게 불편하시고 다른 한 분은 지병을 앓고 계셨다. 부모님의 안전이 몹시 걱정되었다. 내게 날개가 있어 당장에 그분들께로 날아갈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하지만 걱정해도 아무 소용 없었다. 결국 날이 밝았다. 이웃에 사는 한 가족이 산을 내려갈 채비를 하기에 그들과 동행하며 하산 길을 찾았다. 그때 내 마음은 당장이라도 난토우로 달려가 부모님을 뵙고 싶은 심정이었다.

관음 수행자가 사랑하거나 염려하는 사람은 모두 돌봐주겠다고 약속하신 스승님의 말씀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부모님의 집이 부분적으로 파손되긴 했지만,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 사실을 안 뒤에 나는 안심하고 구조대에 합류하였다.

우리 집은 쉬에리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데, 집에 전기가 다시 들어온 뒤에 살펴보니 모든 가전 제품들이 여전히 작동하였다. 또 놀랍게도 바닥에서 140㎝ 높이에 있는 나무선반이 여전히 건재하였고 그 위에 있던 모든 것, 즉 스승님의 가피물, 접시, 천상의 보석, 스승님의 머리카락과 다른 물건들이 고스란히 제자리에 있었다. 게다가 현관이 부서지고 철제 침대가 넘어지는 와중에도 스승님의 비디오 테이프와 오디오 테이프, 경서를 넣어둔 2미터 길이의 나무책장은 여전히 무사했다.

스승님, 우리를 위해 온갖 고충을 당하시며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심에 진정 감사드립니다.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말 듣기에도 지치셨다면 제 가슴 속 깊은 곳에 스승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겠습니다.

- 뉴스잡지 107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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