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속적인 일이 점점 잘되어 부와 명예를 다 얻었지만 수행의 등급은 점점 떨어졌다. 신심 또한 점점 없어졌다. 다행히도
나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스승님을 믿고 있었고, 스승님은 수행의 진보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지 않는 이 같은 제자를 결코 버리지
않으셨다. 그녀는 나를 잠에서 깨워 다시 내면의 빛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수행이 가장 침체되어 있던 시기에 나는 작업팀에 가담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나는 물건을 옮기며 땀을 흘릴 때마다 업장이
씻겨짐을 느꼈다.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심리적 부담이 많이 없어졌다. 점차 나는 내가 스승님의 일을 돕는 것이 아니라 사실
스승님이 우리를 돕기 위해 일을 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감동했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한번은
우연히 호법일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처음에 이러한 나의 수행상태로 달마를 철저히 수호하는 일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하고 의심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이것이 스승님이 주시는 교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초보자’로서 일을 하기로 했다.
내가 처음으로 참석한 호법 모임에서 나 자신을 소개했을 때, 한 사형은 “당신은 입문을 한 지 수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나타나
일을 하시는군요. 당신의 인내라는 쿵푸는 정말 대단합니다.”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나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아 기어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이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이렇게 무지한 나는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때 이후로 매일의 일과는 이전과 다름없이 복잡하고
많은 것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지만, 나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꼈으며 수행에 대한 나의 결심을 쉽게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우리는 호법을 하러 나가기 바로 전에 한 달에 한 번 있는 호법 모임을 가졌다. 이것은 한편으로 필요한 모임이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사형들이 수행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배운 것을 교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모임에서 스승님의 가르침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영혼이 고양되는 것은 너무나 굉장한 것이어서, 그것을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보통 세속의 모임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성심성의껏 봉사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이 호법 모임에서 생각하고 있는 유일한
관심의 대상임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스승님이 말씀하셨다. “우리가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부처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자신만을 생각할 때 우리는 마야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어떠한 등급의 체험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을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사심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은 사실상 부처가 되기 위해 배우는 가장 좋은 교훈이다.
호법 일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사람은 말을 적게 하고 행동을 많이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을 매우 잘 표현했다. 둘
다 협력하여 그들의 재능을 사용함으로써 완벽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수행의 안내자이신
스승님은 우리와 늘 함께 계신다.
호법으로서 일하는 것은 매우 즐거우며, 전혀 피곤하지 않은 일이다. 사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호법이라는 역할은 부지런히 정진하는 수행자들이,
그들의 내면을 계발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있다기보다는 더 빠른 진보를 얻도록 하기 위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대체로 말하자면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들만이 호법이 아니라 모든 동수들이 호법인 것이다. 단체명상의 파워를 지키는 것은
신실한 모든 동수의 이상이자 의무가 되어야 한다.
수행의 침체기에 있건 혹은 진정으로 자기 내면의 자질을 계발하고 열심히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건 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일에 용감하게 뛰어듦으로써 분명 상상할 수 없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며, 스승님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관음법문이
지닌 무상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 뉴스잡지 69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