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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감응

검둥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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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서울센터

blackie_story.jpg 내 친구 검둥이는 아주 오래된,
덩치 큰 친구입니다...
우리에게 지금과 같은 안정된 보호소가 없던 시절, 우리에게로 와 어렵고 험난했던 모든 시간을 함께 든든하게 버텨내 주었던...
참으로 대견한... 친구입니다....

버려진 동물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던 시절,
가평의 조그만 산 자락. 허물어질 듯한 폐가에 열 두 녀석들이 처음 자리 잡았을 때 부터 동료들을 지키느라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대문간 앞에 떡하니 자릴 잡고 버티고 앉아
마치 나머지 녀석들이 자신의 동생들인 양....
매서운 바람을 다 맞아가며 든든하게 우릴 지켜 주었던
참으로 착한,,, 내... 친구입니다...

검고 덩치 큰, 못생긴 외모 덕에 그 흔한 입양처도 나오지 않아
간혹, 회원의 가정으로 임시보호를 보내면,
그 집에서 어김없이 탈출을 하여 나를 찾아 헤맵니다.
내가 가야만, 내 목소리를 들어야만,
숨었던 곳에서 나와 주던 의리있는 검둥이,
임시보호 간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날 잊어버렸겠다고 생각했을 때,
그 때도 또 탈출을 하여 그 집 주인들이 찾고 불러도 나오지 않던 검둥이가
며칠 후 나의 목소리를 알아 듣고는 나왔을 때
‘다시는 너를 보내지 않을게....'
그렇게 다짐하게 했던 고집쟁이 내 친구.....

그런 녀석에게 아주 깊은 병이 있었습니다...
식도에 종양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새에...

겨울만 되면 언제나 검둥이의 가슴 깊숙한 곳을 타고
내장을 다 긁어내며 나오는 듯한 고통스런 기침...

병원에 가 진단을 받았지만,
폐렴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그에 따른 치료만 해서...
검둥이의 고통스런 기침은 해가 가면 갈 수록 더욱 더 심해져만 갔습니다.

올 겨울,,
검둥이의 기침은 너무나 심각해져서,
이제는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우리 조차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우리의 마음도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검둥아...
얼마나 아픈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너희들,,,
정말 어쩜 좋으니...‘

나는 그런 검둥이를 감기약만 먹일 뿐 또 다시 병원에 데리고 가지도 못한 채,
바삐 스리랑카의 해일참사현장에 가게 되었고,

남은 회원들과 운영진들이 그런 검둥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엄청난 소식을 들었던 것입니다.

검둥이의 목에 이상스런 혹이 있었고,
그것이 자꾸만 커지던 것을, 우리는 몰랐던 것입니다.
병원에서 그 혹을 절개해 보니, 이미 식도에 있던 암 덩어리는 폐에까지 전이가 되었고,
건드릴 수 없을 정도까지 심각해져서, 손을 쓸 수 조차 없이 되어 버렸습니다.

스리랑카에서 돌아와 보니, 다들...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선, 검둥이가 얼마 살지 못할 거라고 했답니다.

겨울에 기침을 하긴 했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또 다시 활기있게 뛰어 놀던 검둥이,
언제나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는 상냥한 검둥이,
그런 검둥이가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가
난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절/대/로/,,,



다른 병원을 갔습니다.
내 귀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괜찮다는 이야기, 조금 심한 폐렴이라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만 듣고 싶었습니다. 죽는다는 이야기 말고,,,

그러나,,,
그 병원에서는 검둥이의 상태를 더욱 더 심각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수술도 의미가 없고, 수술 하다가 죽을 수도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는 고통으로 결국은 죽을 거라고...
수의사 선생님은 안락사를 권유하였습니다.

그냥...
데리고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엾은, 커다란 검둥이를 끌어안고,
하루만 더 맛있는 거 먹이고, 따뜻한 곳에 재우고 싶다는 내 자신의 이기를 부렸습니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
고작... 우리 마음의 위안은 아닐지...

그치만, 하루만 더 검둥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내 옆에서
자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검둥이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에 비해
내가 얼마나 덜~ 안아주었는지,,, 너무나 보잘 것 없는 비교를 해 가며,.,,


어떤 회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며칠 동안 보호소에서 검둥이의 상태를 지켜 봤는데 너무나 고통스러워 한다고,
얼마 살지 못할 거라면 그 고통을 다 겪게 하지 말고
일찍,,, 고통없이,,,
편하게 보내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눈물만 났습니다.
하루 밤 데리고 있으며 기도라도 해 주고 싶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밤이 되자, 검둥이의 기침은 온 내장을 다 토해내듯,,,
그렇게... 심했습니다.

그 기침을 듣고 있자니, 듣고 있는 우리들의 가슴도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를 더 데리고 있겠다는 나의 생각이, 사치라고 느껴졌습니다.
저런 고통 앞에서,,,

날이 밝으면 더 망설일 것도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만을 해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는 길에 신의 축복을 주는 것만이 제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 편하게,,,
다음 생에서는,,,
절/대/로/
동물로는 태어나지 말라고...
그렇게 기도해 주는 것이 검둥이를 위한
마지막 보잘 것 없는 내... 사랑이었습니다.

새벽 내내 검둥이의 기침은 소름끼칠 정도로 참혹했고,
말 못하는 저 착한 동물들이 왜 저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대상없는 원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침 7시 쯤,, 되었을까요...
명상을 했습니다. 검둥이 바로 앞에서...

그 날 따라 명상이 너무도 잘 되었습니다.
아마도 급박하고 절절한 상황이었기에 그랬을 테지요...
조금 있으면 우리 곁에서 떠나 보내야 한다는....

관광이 끝나고 관음을 시작했습니다...
검둥이의 기침은 그 때부터 갑자기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밤, 10분에 한번씩 2 분간 계속되는 기침..
그렇게 심하게 해대던 기침은 관음 시작 후 바로 멈추기 시작하였고,
아주 가끔씩, 2초 정도의, 작은 소리의 기침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집중을 해서 명상을 하였습니다.

관음 중간에 눈이 떠졌습니다.
검둥이는 엎드린 자세로 나를 조용히, 그러나 뚫어지듯 또렷한 눈망울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아니, 검둥이와 나의 마음이 통하는 듯 했습니다.
검둥이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때의 느낌은... 그랬습니다....

관음이 끝날 무렵, 뒤에 누군가가 있는 듯 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관리인 친구인 아나샤가 명상하던 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검둥이를 데리고 나가려 했습니다.
한 시라도 더 빨리 고통을 끝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검둥이는 갑자기 나가고 싶지 않다는 듯, 자신의 몸에 힘을 주고 안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검둥이를 안고, 아나샤의 서러운 통곡을 뒤로 한 채,,, 검둥이를 차에 태웠습니다.

병원에 도착을 했고, 차 문을 여는 순간, 검둥이가 재빠르게 도망을 갔습니다.
그래도 멀리는 달아나지 않고 제 주변으로만 도망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가까스레 검둥이를 잡아서 그 큰 덩치의 검둥이를 아나샤와 나, 둘이서 안고
병원 문을 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차창 밖으로 도망다니는 검둥이의 모습을 보셨는지
이 개가 왜 갑자기 건강하게 뛰어 다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병원에 들어오고 싶지 않아 마지막 힘을 쓰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며 진찰실로 들어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마지막 검사인 양, 아주 무덤덤하게 검둥이의 혹을 만지다가, 너무나 놀라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혹이,, 왜 이렇게... 줄어들었지?”
무슨 말씀이냐는 내 물음에
혹이 줄어들 수는 없다고,, 종양은 줄어들 수 없다며 누차 이야기 하셨습니다.

다시 엑스레이를 찍어 보자시는 선생님 말씀에 무언가가 내 머릿 속을...
휙~ 스쳐지나갔습니다...

명상을 할 때 나를 쳐다보던 검둥이의 조용한 눈빛,,,
그리고 갑자기 떠오른 스승님에 대한 생각 ....

검둥이를 낫게 해 주셨구나....그렇게 하신 거였구나,,,
내가 명상을 하던 순간, 스승님의 축복이 왔었던 거구나,,,
우리 착한... 검둥이에게...

엑스레이 검진 결과, 의사 선생님에게서는 기적이라는 단어만이 나올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엑스레이가 하루 만에 아무런 처치도 없이 어떻게 딴판으로 나오느냔 말이야...!“

그 전날, 검둥이의 엑스레이는 식도 주변의 꾸불꾸불한 암 조직으로 인해 거의 기도가 막힌 상태였습니다.
폐는 더 말할 것도 없었구요...

그런데 오늘 찍은 검사 결과는 기도나 폐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감쪽같이 암 조직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오진일리가 없는데...”

어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믿어지지 않는 다는 듯, 두 개의 것들을 비교하는 의사 선생님...
“정말 미안합니다. 하마터면 안락사 할 뻔 했네요,
그런데 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제가 잘못 진단할 리는 없어요, 여기, 이걸 보세요, 여기 이 엑스레이 사진은..."

“선생님, 전 알아요, 왜.... 그런지....”
난 그냥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설명을 할 수가 있겠어요.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텐데....

검둥이를 데리고 나오는 길...
들어갈 때의 심정과 나올 때의 그 기쁨은 신께서만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스승님께서만이....

아나샤가 말합니다....서툰 한국말로...
“언니, 언니의 그 기도... 검둥이가 나았어요..그 기도 때문이에요... 정말, 정말이예요....
나 앞으로 메디테이션할래요....나도 할래요....그 기도...“

“아나샤, 그건, 나 때문이 아니라 신이 한 거야... 신께서는 뭐든 간절히 기도하면 들어주셔... 우리 검둥이가 착하니까 신이 도와주신 거야....아나샤, 너도 신께 기도드려... 이번 해일에 잃은 너의 가족을 위해....”

아나샤가 알아 듣는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신께... 감사드립니다....
스승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착한 검둥이의 고통을 덜어 주시고
그로 인해...
착한 아나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주셔서...

신의 현명한 사랑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 검둥이의 몸은 너무도 건강해졌습니다.
기침 소리도 이젠 들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나샤는 빨리 서울센터에 나가자고 저를 졸라댑니다...

우리들의 뒤엔 언제나 든든한 신의 가호가 항상 함께 하신다는 걸...
이젠... 잊지... 않으렵니다....

- 현재 검둥이는 박소연사저가 일하는 동물보호소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나샤는 방편명상법을 전수받았고, 신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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