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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감응

얼어붙은 가슴에 희망의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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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수행자/ 중국 본토

스승님을 따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세세생생 가운데 가장 큰 축복이다. 자신의 삶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본다면, 하루하루가 사랑의 기적으로 가득 차 있음을 분명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로,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스승님의 사랑을 증명해 준다.

만리장성 북쪽 지방의 이른 가을. 한없이 드넓고 맑은 하늘과 온화한 바람은 여행하기에 그지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나와 몇몇 동수들은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지역을 관광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서로 사는 곳이 달랐던 우리는 우선 가까운 근교에서 모였다가 함께 관광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근교를 향해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나는 우뚝 솟은 산등성이를 따라 구불거리는 산길을 지나게 되었는데, 경치가 굉장히 수려했다. 나는 바깥 경치를 즐기려고 마음먹었지만 버스에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삼매에 들었다. 스승님의 신성한 사랑에 폭 감싸인 내 마음은 너무나도 평화로워 마치 바깥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버스가 산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한 곳에서 급커브를 하면서 갑자기 버스가 비틀거렸다. 그 순간 나는 낯익은 갈색 승복에 대나무 삿갓을 쓴 비구니가 버스 옆을 총총히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버스가 절벽 안쪽으로 바짝 붙어 가고 있는 데다 길에는 사람이 지나갈 공간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일순간 나는 바짝 긴장했다. 잠시 후 나는 금방 본 광경이 지혜안으로 본 체험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갑자기 힘이 쭉 빠지면서, 만약 필요하다면 이 비구니를 만나도록 인도해 달라고 스승님께 기도드렸다.

근교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동수들을 찾을 마음이 시들해졌다. 비가 좀 내리고는 있었지만 바람이 없어서 나는 먼저 산에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나의 내면은 찬란하게 빛나고 몸에는 따뜻한 기운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용한 오솔길을 때론 세차게, 때론 부드럽게 오락가락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고 있노라니 뭐라 말할 수 없는 희열이 솟구쳐 올랐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산 깊숙이 들어간 나는 한 사형의 집을 빌려 혼자 조용히 스승님의 가피를 만끽하며 지내다가 다음날 아침에서야 다른 동수들에게 연락했다. 그때까지 나는 그 비구니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동수들이 곧 결집하자 우리는 계획대로 관광 명소로 출발했다.

정말이지 기연(奇緣)이 없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스승님의 안배는 완벽하고 빈틈이 없으셨다. 우리가 관광지로 들어가는 산 입구를 지날 때 갑자기 한 사저가 말했다. “산 밑에 있는 저 마을에 좀 들렀다 가요! 거기 있은 작고 오래된 절에 제 사촌 언니가 출가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그 마을로 향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우리에게 그 비구니가 매우 이상한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벌써 3년이나 절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도 거의 왕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산문(山門) 밖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문을 두들겨 봤지만 안은 조용했고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뒤뜰로 나 있는 문을 빙빙 돌아보았다. 그 사저가 수차례나 소리쳐 불러 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급기야 사저가 사촌의 속명을 부르자 그제야 키 큰 비구니가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녀를 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바로 어제 내가 지혜안으로 본 그 비구니가 아닌가! 게다가 낯익은 그 대나무 삿갓도 쓰고 있었다!

동수들이 그녀에게 수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는 듣는 둥 마는 둥했고, 사촌의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동수들의 조언에 단호히 반박해 모두들 실망스런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 그 비구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했지만 자신은 줄곧 ‘여여부동(如如不動)’했으며, 오로지 ‘바른 마음이 법이다’라는 것을 굳게 믿기에 수행하는 데는 어떠한 법문에도 의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스승님이 내게 주신 체험에는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나는 포기하지 않은 채 사저들이 그 비구니와 얘기하는 동안 줄곧 오불을 외며 스승님께 기도했다. 그러다가 그 절에 잡초가 무성하고 뒤뜰 네 귀퉁이마다 귀신을 쫓는 노란 천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직감적으로 이 비구니가 큰 절망에 빠져 있으며 많은 고통을 겪어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출가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듣고 싶은지 의향을 물어봤다. 가부좌를 하고 방석에 조용히 앉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소견을 대략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만약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지도 못하고 수행에 대한 올바른 개념도 갖고 있지 않다면 비구·비구니와 재가자의 삶에는 외형적인 차이밖에 없습니다! 늘 마음속으로 갈등과 고통을 느끼면서도 해탈법문을 찾지 않고 ‘자기 의견을 고집’하는 것을 ‘여여부동’한 것으로 여긴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실수입니다.”

그러자 그녀는 울음을 터트리며, 사기 결혼에서 빠져 나온 후 여생 동안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비구니가 된 이야기, 이 절을 맡아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타협하고 법회 때마다 재정적인 다툼을 처리해야 했던 일, 그러다 신도들이 아무도 시주하지 않아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난 세월 겪었던 고통들을 털어놓았다.

그녀의 통곡 어린 사연을 들으면서 우리도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점차 그녀의 마음이 열리면서 우리는 어느새 한 가족처럼 앉아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게 되었다. 우리는 그녀가 몸을 잘 돌보지 않아 건강이 많이 안 좋은 것을 보고는 수중에 있던 돈을 모두 모아 그녀에게 주면서 건강을 잘 돌보고 좀더 자신을 사랑하길 희망했다. 그녀는 돈을 받으며 “오늘 받은 이 돈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보시며, 여러분에게 아무런 사심도 없다는 게 느껴진다.”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얘기했다.

스승님의 사랑이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던 이 비구니의 마음을 녹인 순간 그녀의 눈은 희망의 빛으로 반짝였다. 마을 사람들 눈에는 늘 혼자서 삭막하게 살던 그녀였는데, 우리가 떠날 때는 함께 산문 밖을 걸어 나와 이야기하고 웃으며 1km 정도를 걷고서도 우리와 헤어지기를 아쉬워했다.

나는 동수들 하나하나가 스승님의 손에 쥐어진 장기 알로서 스승님의 세심한 안배에 따라 고통 받고 있는 중생들에게 신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 비구니를 통해 우리가 지금 누리는 축복을 소중히 여기고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가르쳐 주신 스승님께 너무나도 감사드린다. 스승님, 모든 것이 성스럽고 사랑이 넘치는 당신의 안배입니다. 스승님은 정말 가장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구하고 계시는군요!

- 뉴스잡지 140호에서-


추천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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