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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가는 공중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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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수행자 첸 싱인 사저/ 포모사 타이베이

'초록이'는 내가 2년째 기르고 있는 아프리카 제비꽃의 이름이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이 식물에게서 값진 교훈을 얻었다.

나와 사무실 동료들은 많은 아프리카 제비꽃 화분들을 갖고 있는데, 초록이는 내가 처음 구한 화분 중 하나였다. 아프리카 제비꽃 중에서 소품종에 속하긴 하지만, 초록이는 처음부터 다른 제비꽃들보다 빨리 자라나 키가 크고 덩치가 크며 잎도 무성했다. 무성하고 두툼하기까지 한 잎사귀는 솜털이 보송보송해서 마치 귀여운 강아지처럼 보였는데, 동료들은 지나칠 때마다 그 잎사귀를 만지는 걸 좋아했다. 초록이는 내 보물이자 자랑거리였다.

초록이의 잎은 언제나 두껍고 건강했으므로 나는 제멋대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는 종종 그 식물과 나의 미묘한 관계를 감지하곤 했는데, 내가 명상을 잘 했거나 선 행사에서 돌아오면 물이나 비료를 주지 않아도 초록이는 연달아 새로운 꽃봉오리나 잎사귀를 싹 틔웠다. 반면 내가 아프거나 마음이 불편하면 덩달아 기운을 잃은 듯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초록이를 특별히 예뻐했다. 그러나 최근 초록이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 줄기가 한쪽으로 기울어 구부러질 지경이 되고 나서야 나는 그 잎사귀들을 진작에 잘라줬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프리카 제비꽃은 잎사귀가 줄기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야 똑바로 예쁘게 자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초록이의 잎사귀를 하나씩 잘라내기 시작했다. 초록이의 균형을 잡아 주다 보니, 놀랍게도 5분의 4나 잘라내야 했다. 초록이는 내 자식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자르는 내 마음도 아팠다. 하지만 앞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나는 초록이를 흙에서 파내 비대해진 부분을 제거한 후 물에 넣어 새로운 뿌리가 자라나길 기다렸다가 다시 옮겨 심었다.

초록이는 다른 이들의 칭찬과 외적인 풍요를 즐길 때는 좀처럼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 내 거울이었다. 겉으론 무성하지만 한쪽으로 기울어진 초록이의 잎사귀는 내가 한쪽에 치우쳐 단편적인 성취감에 우쭐한 나머지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을 무시해 왔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잎사귀가 푸르고 단단하게 자란다고 해서 그 잎들이 모두 한 줄기에만 집중된다면, 그쪽은 불필요하게 비대해져 식물의 성장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마찬가지로 바르고 아무 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개념, 작은 행위 하나도 전체에 정말 이로운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것인지 우리는 세심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 일은 내게 고향으로 가는 길이 공중 줄타기와 같음을 일깨워 주었다. 고향에 가고자 이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길을 가는 사람들은 균형을 잘 유지해야만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수시로 자각해야 한다.

- 뉴스잡지 129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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