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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길목에서

해외여행에서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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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부탁으로 나는 외국에 나가는 무역상사 조사단의 통역자로 함께 가기로 초청을 받았다. 그것은 내 영어 실력이 특출나게 좋아서가 아니라 친구가 자신의 이전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가려는 그 나라 사람들 역시 영어를 썩 잘하는 게 아니더라고 반복해서 장담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보통수준의 영어 실력이면 될 거라는 거였다. 그 말에 별 의심 없이 그저 휴가 가는 기분으로 짐을 꾸렸다. 같은 동수인 남편은 걱정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연신 잘해 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별 문제 없겠죠!”라고 말했다. “사전이나 가져가지 그래?” “아! 사전을 가져갈까요? 그러죠, 뭐!”

장개석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우리 팀의 동료 여러 명이 영어를 아예 모르거나 영어 실력이 아주 형편없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그런 나 역시도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비자문제로 세관사무관과 교섭도 하고 서류도 꾸미고 하느라고 바빴다. 동료들은 무슨 일이냐는 듯이 그냥 일없이 앉아 뭉개는 걸 보고는 휴가란 생각이 얼마나 당치 않은 착각이었는가를 깨달았다. 그때부터 이 시장조사가 별무리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살피는 건 자연스레 나의 임무가 되어 버렸다. (오! 내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호텔방에 들어가자마자 그 즉시 나는 스승님의 불찬 테이프를 꺼내서 계속 들었다. 차츰 침착성을 되찾고 나서 나의 동반자인 남편이 가져가라고 했던 영중소사전(英中小辭典)을 꺼냈다. 나는 후회가 되어 울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고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사태가 좋아지지는 않을 터. 결사적인 노력을 다하여 되는대로 페이지를 펼쳐 그곳에 있는 단어를 공부하고 외우고 했다. 국가고시를 준비할 때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를 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승님께 도와주십사 하고 기도하면서 명상을 했다. 그때 내 집중력과 노력은 전례가 없던 그런 것이었다. 미진한 통역이 유창하게 발전했던 걸 보면 아마도 내가 실로 명상에 용맹정진을 했거나 아니면 스승님께서 이 못난 제자의 바람을 충분히 들어주셔서가 아니었는지. 내 마음도 부담스러운 상태로부터 두려움이 없는 상태로 바뀌었다. 낯선 사람들이나 낯선 일에 맞닥뜨려 겁이 날 때는 ‘스승님이시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실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전날 밤 되는대로 공부한 말들이 다음날 쓸모 있게 사용되는 걸 보면 분명히 그것은 내 능력이 아니라 스승님의 축복이었다. 그런 일은 반복해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 말들은 써먹고 나면 잊어버려서 뒤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다시 생각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무엇을 빌려 사용하고 난 뒤, 다른 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과 아주 흡사했다. (그것들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긴박한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 스승님께 그것을 빌렸을 따름이었다)

시장조사는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매일 같이 여러 도시를 돌아 다녔으며, 많은 회사들과 사람들을 방문했다. 식사할 여유마저 없을 때도 많았다. 보통사람들이 자기 일을 아주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서 내심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우연히 뉴스잡지를 펼쳐 페이지를 넘기다가 거기에서 다음과 같은 스승님의 감로법어를 읽었다. “그러므로 때때로 자기가 하는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을 합니다. 이득의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요. 심지어는 정말 얼마되지 않는 이득을 위해서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가 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합니다. 나는 여러분이 불평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씀은 진리다! 그렇게 보잘 것 없는 이득임에도 그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다니. 스승님께서는 우리가 안목을 넓히고 마음을 넓게 하여 사람들한테 더 많은 봉사를 하길 바라신다. 오직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서만이 우리는 스승님의 깊은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다.

매일 호텔로 돌아오면 곧바로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힘이 있는 스승님의 불찬을 계속해서 틀어 놓았다. 더하여 스승님께서는 놀랍게도 실질적인 위로의 말을 해주는 뉴스잡지를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던 것이다. “일도 하나의 훈련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성격, 인내심, 재능 그리고 깨달음의 정도를 평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므로 일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일을 두려워하는 것 역시 하나의 공포증입니다. 일을 더 많이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욱더 많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의 생각을 계획하여 세우도록 하고 자신의 행동을 바꾸도록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이 비록 지혜, 스승의 축복 그리고 그것을 강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여전히 소심할 것이고 걱정이 될 것이며 자신의 낡은 습관 때문에 그 일을 해낼 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 말들은 그 당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그것들은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이번 여행에서 임무를 다할 수가 있었다. 스승님께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계신다. 우리가 가장 약할 때 우리를 돌봐주시며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계속 노력하여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밀어 주신다.

지금 나는 내 집 창가에 앉아서 친숙한 향기의 차를 마시며, 시냇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가로이 보내고 있다. 내 마음 속에서 스승님의 충만한 사랑과 보증을 실감했다. 우리가 어려운 시험의 상황에 부닥쳤을 때 스승님과 떨어져 우리들 홀로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항상 스승님께서 내면에 함께 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때로 우리에게 정말로 그 일을 해낼 능력이 없을 때는 스승님께서 심지어 그 일을 떠맡아 주신다. 그러므로 완전히 진심으로 스승님께 맡겼을 때 우리는 모든 시험이 다 스승님의 사랑의 표현이란 걸 알 수 있게 된다.

그 적절한 시험을 겪은 뒤 나는 내심 확실하게 이것은 스승님께서 나에게 가르치려 하신 수업이라는 걸 알았다. 그로부터 나는 낯선 일이나 뭘 새롭게 시도하는 것을 겁내지 않게 되었으며, 일에 직면해 낡은 사고방식을 깨뜨리는 걸 배웠다. 그러나 나는 또 이 수업의 초점이 영어를 잘 구사하도록 훈련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왜냐하면 포모사에 돌아온 뒤로는 그 당시 내가 발휘했던 기적과도 같은 언어적인 영감들이 거의 모두 스승님께로 되돌아가 버렸으므로….

- 뉴스잡지 45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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