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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마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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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뒤뜰에서 계속 들리는 울음소리에 설핏 잠에서 깨어났다. 창 밖을 내다보니 그 소리는 정원 한구석에서 나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보리수나무 아래에 놓인 책과 낡은 옷들이 들어 있는 상자 안에서 검고 큰 고양이 한 마리와 여러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걱정과 놀라움 속에서 나는 이 뜻밖의 ‘선물’을 어찌할 바 모른 채, 그저 고양이를 집에 데려가 물과 먹이를 줄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일단 새끼들이 젖을 뗀 다음에는 어미를 포함해 모두 남에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자 어미는 무슨 까닭인지 새끼들을 낳았던 곳으로 한 마리씩 옮겨 놓았다. 그런데 어미의 건망증 탓인지 새끼 한 마리가 남게 되었다. 우리는 당혹스런 가운데 그 고양이를 손님으로 받아들였지만 어떻게 할지,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 몰랐다. 스무 살인 딸 캐롤라이나는 새끼 고양이를 자기 자식인 양 여기며 ‘마틴’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처음 며칠 동안 우리는 먹이를 먹여 보려고 애쓰다가 그후로는 캐롤라이나의 안약 병을 우유병으로 삼았다. 아들 레오나르도가 슬리퍼 상자를 마틴의 침대로 기꺼이 내주었지만, 마틴은 며칠 동안 계속 긁어 대다가 결국에는 밖으로 나와 버렸다. 캐롤라이나는 마틴을 ‘아들’이라고 불렀고, 마틴도 알아듣고 감사하듯 가르랑거렸다. 마틴은 캐롤라이나의 옷깃 주위까지 기어 올라가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때로 ‘어머니’가 마틴을 들어올려 다정하게 말을 걸면, 그는 작은 팔을 뻗어 그녀와 눈을 맞추며 기분 좋게 가르랑거렸다.

평소에 툴툴거리던 남편도 마틴에게는 잘 대해 주어 ‘마투시나’로부터 마틴을 보호해 주었다. 마투시나는 집에서 기르던 백갈색 고양이인데, 그는 새로운 고양이에게 제 자리를 빼앗겼다고 여기곤 마틴을 좋아하지 않았다. 열여덟 살 된 아들 카를로스는 너그러운 편이 아닌데도 마틴에게 먹이를 주곤 했고, 자기 기타를 마틴의 안락한 요람으로 내주기도 했다.

3월 어느 토요일, 입문 후 처음으로 참석한 단체명상 중 눈을 떠서 스승님의 법상을 볼 때마다 마틴의 모습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명상이 끝나자 서둘러 집에 도착해 보니 마틴은 예전보다 조용하고 기운이 없는 상태였다. 일요일, 나는 딸의 흐느끼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딸은 나를 꼭 껴안고 마틴이 죽었다는 말을 전하며 울부짖었다. 꼭 껴안아 준 내 뺨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마틴을 하얀 손수건에 싸서 관으로 쓸 차(茶) 상자에 넣었다. 딸아이에게 마틴을 떠올리게 할 만한 병이나 수저 같은 물건들을 치우다가 나도 모르게 마틴의 몸을 스승님의 사진 위에 올려놓았다.

다음날 나는 둘째 아들에게 맨 처음 고양이를 발견했던 보리수나무 아래에 마틴을 묻으라고 시켰다. 오늘 마틴의 무덤 위에 깔린 낙엽들을 보며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행복한 시간들이 생각났다. 스승님의 가르침은 정말 기상천외하고 예측 불허하다! 마틴은 20일간의 짧은 생애 동안 우리 가족들의 가슴에 가장 아름답고 부드러운 자비의 씨앗을 심어 주었다. 우리에게 이 일은 진정한 삶에 대한 하나의 체험이었다. 고맙다, 마틴. 너는 우리 가슴에 언제까지나 살아 있을 거야.

- 뉴스잡지 130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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