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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길목에서

파리에서의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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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극복하고 홀로 서라

포모사에서 입문한 뒤로 스승님께서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함께 따라다니는 큰 축복을 누릴 수 있었다. 더구나 미아오리에서는 잠시 동안 거주제자로 스승님 곁에 머물 수 있는 기쁜 날들도 있었다. 새 입문자의 처지였음에도 항상 채식하고 수행하는 그들의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따뜻한 보호를 받으며 지냈던 것이다. 내 가슴은 스승님의 크고 큰 사랑으로 충만되어 그저 감동할 뿐이었다. 그때 나는 늘 무엇으로라도 스승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고 갈망하고 있었는데, 스승님께서는 공부를 더 할 수 있도록 프랑스로 건너가도록 배려해 주셨다.

파리에서 보낸 처음 일 년 동안은 낯선 환경 탓에 무척 고통스러웠다. 같은 이상을 품고 더불어 수행해가는 그런 분위기는 아예 아니었고, 부조리하고 비참하기만 할 뿐인 세속적 풍조 때문에 도대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쑤셔대는 두통에 시달리며 눈물을 흘려야 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면 오직 스승님의 커다란 사진을 앞에 두고 속마음의 갈증을 풀어낼 도리밖에 없었다. 목이 쉬어 잠길 때까지 큰 소리로 울어대었다. 우울증과 염세적 정서에 빠져서, 자신에게 고통을 일으키는 업장의 씨를 녹여 없앨 지혜를 찾는 건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교제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일은 스승님께 완전하고 전지전능한 당신의 법력으로 나 자신의 장애와 연약해진 마음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도하는 일 뿐이었다. 하지만 스승님께서는 확실한 답변을 주진 않으셨다. 대신 내가 연약한 태도에 대처하는 방법과 싫어하여 기피하거나 성취할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하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 몇 번이고 거듭해서 나를 시험하셨다.

그때 비록 내 자신이 안팎으로 많은 것들에 시달림을 받고 있었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주위 사람들에게 채식과 수행을 권했다. 속마음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할 만큼 수줍음을 많이 타던 내가 스승님을 소개하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그 분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스승님의 홍법내용을 번역하는 일에 동참한 나로서는 어쨌거나 다른 사람들과 서로 돕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스승님께서는 나를 좀 특별한 방법으로 교육시키셨다. 성심을 다해 험난한 장애에 적극적인 자세로 부딪치도록, 그래서 그를 이겨내도록 가르치셨던 것이다. 나는 가능한 한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명상을 했다. 그렇게 정진하지 않으면, 혹 하는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고, 바깥출입을 할 때마다 행여 내 모든 에너지가 소모되지나 않을지 염려되었던 것이다. 그 무렵 나도 점차 용기가 강해져가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협동하는 법을 배우다

그 이듬해 나는 음성적인 태도를 바꿔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포모사 시절에는 동수들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배워야 할 가르침이 더 이상 없으며, 스승님께 대한 사랑도 겉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비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식의 마음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좀 거만스러우며 과묵한 따위의 성격을 바꿔야 했고, 스승님의 일을 하거나 그분의 자녀들을 사랑할 때 다른 이들과 서로 협력하는 법을 배워야 했으며, 또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다 볼 줄 아는 방법도 알아야만 했다. 나는 자신의 단점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지난 여러 생애동안 굳어져 있는 습기(習汽)와 생활습관을 털어버리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고 늘 겸허하며 항상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할 줄 아는 그런 생활로 새로운 삶을 엮어 갈 수 있도록 나의 에고를 없애 주십사고 스승님께 기도했다. 그랬더니 고뇌와 갈등과 슬픔이 줄어들었다. 다른 사람이 험담을 해오거나, 오해로 빚어진 곤란한 상황에 닥쳐서도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

스승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가르침의 속뜻을 이해할 수 없어 받는 고통이 겹쳐, 못 견디게 괴로울 때마다 의지가 되었던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한 축복의 힘이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스승님의 책을 읽고, 카세트를 듣고, 그리고 자아를 성찰했다. 긍정적 자아와 부정적 자아가 내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으나 마침내 부정적인 것과는 단호히 결별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승님께서는 ‘빛’과 ‘소리’의 세례로 수많은 체험을 주셨다. 그분이 언제 어느 때나 항상 함께 계시고, 결코 한순간도 버리지 않으셨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내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탈진지경에 이르고 중압감으로 시달리고 있을 그 순간에 스승님께서는 또 선칠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스승님의 일을 할 때만이 진정으로 행복하다

관음법문이 유럽에 전파되면서 내 업무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을 위해 자정 무렵에 일어나야 할 때도 많았다. 스승님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우리는 신속하고 정확하고 완벽해야 한다.” 나는 진실로 정성을 다해 책임을 완수하는 법과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배웠다. 파리에서 단체명상을 하던 날 스승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내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드는지 알게 되었구나.” 속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단지 고개만 끄덕일 따름이었다. 오직 개인마다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만이 스승님의 비할데 없이 크고 초월적인 사랑에, 세상의 모든 일을 다루는 그분의 완전한 지혜와 무위행에 진심으로 감사드릴 수 있으리라.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나를 돌보고 있는 무한히 따뜻하고 편안하며 지극히 행복한 힘을 느낀다. 비록 세상에서 해야 하는 내 자신의 일과 임무가 있지만, 스승님의 일을 하고 그분을 생각하는 그때만이 참으로 행복하고 자유로운 것 같다.

같은 이상을 가진 동수들이 늘어가는 걸 보며 느끼는 기쁨 또한 크다. 우리가 진실로 하나가 되어 이해하고 이해될 수 있다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의사소통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다른 이들에게 더 많은 동정심으로 대하고, 자기 내부의 단점을 깊이 되새기며, 남의 허물을 따뜻이 덮어줄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스승님의 위대하고 우주적인 축복된 힘을 받아 우리가 처한 비참한 상황들을 변화시켜 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모든 걸 스승님께 맡기자. 그 어떤 역경이나 절망도 개의치 말자. 스승님께서는 자기 자식들을 위해선 전 우주에서 유일하게 가장 많은 고통과 희생을 당하는 그런 분이 아니신가? 가장 많이 슬퍼해야만 하는 자격을 부여받은 유일한 분이시지만 아무런 불평 없이 겸손하게 중생들을 돕고 계시지 않는가. 우리는 그분께서 수십억 가지의 전 우주차원의 일을 하시는 데에 필요한 하나의 작은 도구에 불과할 뿐이며, 이제야 겨우 그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 같다. 그분의 것에 비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고난들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 뉴스잡지 30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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