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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길목에서

최고의 영적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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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스승님은 가장 훌륭한 영적 의사이시다. 그분은 항상 나의 병세에 따라 가장 적절한 처방전을 내려 주신다. 그러나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라서 내가 단 것을 먹고 싶어하면 오히려 스승님은 더 쓴 약을 주시기도 한다. 병이 좋아지고 나서야 이 쓴 약들이 정말 내게 이롭다는 것을 알게 된다.

뉴스잡지를 읽다 보면, 스승님께서 동수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도와주신 내용에 관한 기사를 종종 접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동수들로부터 그 비슷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그런 이야기가 꽤나 동떨어지게 느껴졌었다. 왜냐하면 내면의 스승님은 항상 내가 제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들만 주시고 내가 애원하고 기도하는 것에 대해선 무시하시는 것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다음 이야기도 그 한 사례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어머니와 함께 종종 출가승들을 만나러 다니곤 했는데, 그때 그들 대부분이 소극적이고 활기가 없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러한 인상은 스승님께 입문한 후에도 계속 뇌리 속에 박혀 있었다. 나 자신의 천성 또한 고독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두려워하며 단체생활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문한 후엔 고대의 은둔 수행자처럼 세상과 담쌓은 채 숨어서 수행할 생각이었다. 시후로 출가한다든가 장주를 한다든가 하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10년 간 발버둥을 쳐 봤지만 당초 혼자 숨어 수행하겠다는 염원도 이루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시후 ‘대가족’의 일원이 되고 말았다. 정말 내 원래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이다.

시후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부터 나는 이곳 생활이 얼마나 충실하고 재미있는지 알게 되었다. 좀더 일찍 들어오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였다.(나는 시후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여자 장주였다.) 겉으로 보면 이곳 장주들은 다들 외모도 비슷하고 머리 모양이나 복장도 비슷비슷해서 아무 재미도 없어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개개인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강직하고 대담한 사람, 상냥하고 융통성 있는 사람,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 기지가 뛰어나고 적응이 빠른 사람, 재미있고 낙천적인 사람, 멍하고 재미가 없는 사람 등등 이렇게 제각기 천차만별인 사람들과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겉보기엔 소박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내적인 깨달음은 오히려 굉장히 풍부히 얻을 수 있다. 개개인을 조용히 관찰해 본다면, 모두가 각자의 수행을 반영하는 거울과 같으며, 또한 좋은 공부거리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내면적인 삶을 중요시하고 진보하고자 신실하게 원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행 환경인 것이다.

이곳 산 생활은 매우 바쁘지만, 경쟁으로 인한 압박이 없기에 심적으로는 매우 여유롭다. 일을 할 때도 일하고 있다는 생각 대신 매일 일어나는 온갖 상황을 통해 우리 스스로 배우고 훈련할 수 있도록 신이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일이어도 마음 자세, 함께 일하는 동료에 따라 심적으로 얻는 깨달음은 완전히 달라진다. 때로 조용한 밤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나 자신을 반추할 때면 날마다 고쳐도 끝없이 나오는 결점들이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 시후 센터는 수행에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주는 무진장의 보물 창고다.

나의 아버지는 스승님을 뵌 적도, 스승님의 가르침을 읽으신 적도 없지만, 어느 날 내게 “너의 변한 모습을 보니, 너의 스승은 부처 아니면 위대한 성인이심에 틀림없구나.” 하고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스승님을 따라 몇 년 동안 수행하면서 나는 내면과 외면이 환골탈태했을 뿐 아니라 출가 생활에 대한 가장 큰 두려움도 완치하게 되었다. 더 큰 행운은 완벽한 수행 환경에서 생활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스승님의 이런 무한한 사랑에 대해선 그저 옛사람의 말을 떠올릴 뿐이다. “크나큰 은혜에는 감사하다는 말로 부족하다. 은혜에 보답할 날만 기다릴 뿐이다.”

- 뉴스잡지 140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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