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
본문
나는 깨달음을 얻기 전, 관음법문을 만나기 전에 처음으로 무언가를 서원했던 때를 기억합니다. 그것은 독일에서 집에 처음으로 불상을 모셔 왔을 때였습니다. 처음 불상을 모신 건 아니었지만 독일에서는 처음이었지요.
내가 배운 불교 스승들은 스승이나 교사, 비구니의 축복을 받지 않은 불상을 집에 모시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런
불상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뜻이지요. 따라서 불상을 모시고 싶으면, 비구나 비구니에게 여러분을 위해 가피해 달라고 청해야 합니다.
그리곤 그것을 집으로 가져가서 꽃과 향, 음식과 함께 놓고 의식을 지냅니다. 그냥 상징적인 거지요.
그런 다음 불상에 절을 하고 나서 스승에게 절하고 서원을 말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서원이 받아들여지면, 향은 모두 나선 모양으로 감기면서 바닥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보통 향이 탈 때는 담배처럼 재가 떨어지지만, 여러분의 서원이 신실하여 받아들여진다면 향은 모두 나선 모양으로 감기게 됩니다.
우리는 많은 향을 피웠습니다. 하나만이 아니었지요.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부처가 왜 사람들의 신실함을 이렇게 시험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많은 향들이 하나하나 이렇게 감겨야 했습니다. 오, 세상에! 그것을 내가 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향은 타고 나면 재가 곧장 아래로 떨어집니다. 여하튼 나는 그저 들은 대로 했습니다.
나는 서원을 말했습니다. “좋아요! 저는 인생은 고통이며, 인간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에 개의치 않습니다. 저는 인간으로 남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제 인생은 그렇게 나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어떠한 좋은 것을 갖게 되더라도 그것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지기를 바라며, 저는 그것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게 해주십시오.” 그것이 나의 서원이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향이 이렇게 감기며 서 있었습니다. (스승님 웃음, 대중 박수) 나는 스승들이 나를 위해 특별한 향을 샀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그랬지요. 미리 나선형으로 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별한 향으로 말입니다. 그렇다고 나선형으로 생긴 향은 아니었지요. 향은 곧게 생겼지만 태울 때 나선형으로 변하는 겁니다. 여러분도 알지요? (대중: “예.”)
그것이 부처가 사람들의 헌신을 시험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나의 스승들의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 당시 이들 비구와 비구니들은 아주 성스러웠습니다. 온 가족이 출가를 했지요. 내가 독일에 있을 때, 그들이 나를 많이 도와주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매우 성스러워서 그들의 축복으로 인해 향이 똑바로 서거나 아래로 떨어지지도 않고 나선형으로 감겼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신통력이나 그와 비슷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위해 아주 기뻐하며 “오, 네가 무엇을 서원했든지 이루어질 것이다.”고 했습니다. 내 마음속으로 발원한 것은 그들에게 말하지 말아야 했으므로 그저 속으로만 발원했습니다.
오늘 이 얘기를 해주는 건 내가 아주 착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입니다. (스승님 웃음) 그래요. 아무튼 그것을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말했으니 내가 더 이상 착한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말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비밀을 지킬 것을 맹세했거든요.
이 책을 읽으며, 그때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내가 아직 관음법문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였어요. 나는 불경을 외우고, 불교의 대비주를 외우고, 관음보살과 약사여래 등의 명호를 외웠습니다. 매일 나는 이렇게 두꺼운 책들을 읽느라 바빴습니다. 그 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