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종류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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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내가 포모사에서 지낼 때의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점심식사 후에 한 호법이 스승님의 강연이 있으므로 모두 뒤편 언덕으로
모이라는 전갈을 보내왔다.
미리 얘기하지만, 나는 스승님의 강연이 있을 때 한번도 앞자리에 앉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날은 동수들이
'너무도 친절하게' 우리를 맨 앞자리에 앉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스승님이 오늘 강연에서 붓다가 그랬듯이 '포효하는
사자'처럼 강연하시는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혀 버렸다. 따라서 동수들이 너무도 '겸손하게' 우리가 앞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뒷자리로
간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 나는 스승님 바로 앞에 앉았다.
그때까지 비록 나는 스승님과 함께 지내 왔지만, 나의 두뇌는 여전히 아주 완고했다. 나의 습관은 여러 생에 걸쳐 누적되어 내
일과 생활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쳐 있을 때 나는 스승님을 종종 귀찮게 하였고 기도하는
대신 습관적으로 스승님께 불평만 했다.
그날 뒤편 언덕에서 다정한 대화를 하고 나서 스승님은 문수사리보살의 지혜의 칼을 이용하여 우리의 에고를 자르셨다. 스승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 내면의 중심부를 잡아 흔드는 천둥 번개와 같이 느껴졌다.
우리가 머리를 숙여 깊이 참회하는 동안, 아무리 에고가 완고한 사람도 스승님의 질책을 견딜 수는 없었다. 바로 그때 우리에게
각별한 은총이 내려진 것을 알고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비처럼 흐르는 내 눈물은 내 안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그 이후로 나의 '불평하던' 습관도 가라앉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모든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주위의 모든 것을 소중하게
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적적으로 내 삶에 있어 어려웠던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다. 당연히 스승님에 대한 감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또 한 가지 좋아진 점은 동수들에게 지극한 존경심을 느끼게 되었고, 동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