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경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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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이 태국에 계실 때 한번은 기분전환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나 운전사가 아직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는데 스승님은 벌써 번개처럼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택시를 잡아타셨다. 스승님은 택시기사에게 근처의 해변이나 아름다운 곳을 돌아 달라고 하셨다.
가는 도중 말하기를 좋아하는 운전기사는 스승님과 한담했다. 그러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견본책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차 안에 놓인 책표지를 보고 다시 스승님을 보고 또다시 책표지를 보았다. 얼마 뒤 그가 스승님께 물었다.
“저, 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당신이 이 책표지의 인물이 아닙니까? 당신은 정말 그녀와 똑같이 생겼군요.” 스승님은 유머러스하게 다른 화제를 꺼내셨다. 그러나 운전기사가 몇 번이고 다그치고 포기를 하지 않자 스승님은 웃으면서 인정하셨다. 이에 흥분된 운전기사는 이 좋은 기회를 틈타 수행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거의 차 안에서 관광을 했다. 스승님은 관광할 기분이 아니셨다. 택시가 호텔로 돌아왔을 때 운전기사는 공손히 차 문을 열어 드리고 스승님이 호텔 입구로 걸어가실 때까지 합장을 했다. 그의 눈은 스승님의 발걸음을 계속 응시했으며 마치 취한 듯이 몽롱한 표정이었다. 큰 홀까지 걸어 오셨을 때 스승님은 우리에게 차비를 지불했느냐고 물으셨다. 시자들은 당황했다. 한 사람은 녹음기를 옮기느라고, 또 한 사람은 짐을 드느라고 바빠서 서로 상대방이 지불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승님은 우리를 상기시키느라 번거로우셨다. 그러나 황홀경에 빠진 이 운전기사가 차비를 받는 것도 잊어버린 것은 더더욱 희한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