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스님의 기도
본문
이 스님은 16년 전 출가한 이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구도 행각을 벌였으나 진정한 스승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태백산 깊은 곳에 은둔하기로 결심했다. 태백산으로 들어가면서 깨닫기 전에는 산을 내려오지 않을 것이며, 깨닫지 못하면 그 토굴이 자신의 무덤이 되리라고 결심했다! 또한 깨닫기 전에는 일체 말을 않기로 맹세하여 사람들은 그를 ‘묵언 스님’이라고 불렀으며, 그의 법명은 잊혀졌다.
그는 태백산에서 수행하면서 혼자 채소도 기르고 나무도 했다. 그렇게 4년을 보내면서 수많은 경전을 읽었지만 뚜렷한 진척이 보이지 않자 서서히 걱정이 되었다.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수행을 계속했다.
태백산에는 개인 토굴에 다른 스님이 몇 분 있었다. 윗 토굴에 사는 어느 스님이 입문을 받고서는 환희에 넘치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는 목에 여자 사진이 새겨진 목걸이를 걸고 가슴에도 같은 여자 사진이 있는 브로치를 하고는, 그 여자 사진이 표지에 있는 책을 가지고 왔다. 그는 만족한 듯이 걸어왔다. 그러나 이 묵언 스님은 대단히 언짢아하며 ‘아이고, 저 스님이 마장에 걸렸네! 어쩌면 좋지?’라고 생각했다. 잠시 궁리 끝에 ‘우리는 같은 산에서 수행한 처지이니 그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날 저녁 입문한 그 스님의 토굴로 가 보니 그 토굴은 온통 그 여자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이 스님이 정말 머리가 돌아 버렸군! 그러나 입문한 스님은 그에게 스승님이 얼마나 위대하고 경이로운지를 흥분하여 설명하면서 그에게 견본책자를 보여 주었다. 묵언 스님은 그에게 마장에 들지 말라고 충고하면서 책장을 넘기다가 오계(五戒)가 쓰인 것을 언뜻 보고는 잠깐 당황했다. 어떻게 마구니가 이런 지혜로운 말을 할 수 있을까? 묵언 스님은 이 글귀들을 계속 읽어 나가다 무안해서 그 책을 자기 토굴로 가져왔다.
그 책에는 ‘즉각개오 일세해탈’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묵언 스님은 그 책자를 황급히 통독하고는 ‘이분이야말로 내가 수년 동안이나 찾아 헤매던 바로 그 스승이다!’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윗 토굴로 달려갔다. 그 책자를 돌려준다는 걸 구실 삼아 또 다른 책자를 보려고 했다. 입문한 스님이 토굴에 없고 문이 열려 있어 묵언 스님은 안으로 들어가 다른 책들을 뒤적였다. 마침내 이 스승이야말로 그가 찾아 헤매던 스승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염치도 아랑곳 않고, 입문한 스님에게 몇 가지 정보를 얻고서는 곧바로 부산 센터로 향했다. 그가 산기슭에 다다르자 작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차 주인이 그에게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 “부산으로 가려고 해요!" 하고 대답하자 차 주인도 마침 부산 가는 길이니 동행하자고 해서 부산까지 오는 데 아무런 어려움 없이 올 수 있었다. 스승님이 이미 첫 과정에서부터 자신을 도와 그는 대단히 기뻤다.
묵언 스님은 마침내 입문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요즈음 그는 대단히 쾌활해져서 이제는 더 이상 ‘묵언'이 아니다. 사실 그는 말이 너무 많아졌다! 최근 그는 동수들에게 앞으로는 ‘묵언 스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동수라고 부르는 게 더 좋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묵언 스님에 대한 이야기 줄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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