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놀이에 대한 회상
본문
시후의 무지개 동산에 갈 때마다 나는 늘 너를 모래밭으로 데리고 간다. 언제나 그곳엔 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그날도 나는
너를 그곳으로 데리고 갔고 함께 모래언덕을 만들었다. 우리가 노는 것을 보고 아이들 몇 명이 와서 함께 놀았지.
먼저 우리는 약간의 물을 모래언덕에 뿌려 모래가 서로 달라붙게 하였고 장난감 차가 이 작은 언덕을 오를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그후 다시 물을 좀 더 뿌리고 모래 공을 만들어 언덕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한 어린 소녀가 다가와 내게 말했다. “아줌마, 나 모래 공 하나 갖고 싶어요.” 그래서 나는 모래 공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그 아이가 공을 아주 소중한 것인 양 쥐고 있는 것을 보고 난 다시 물었다. “하나 더 갖고 싶니?” “예”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하나를 더 만들어서 아이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아이는 그것을 보물처럼 들고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도 가지고
놀 수 있게 다양한 크기의 공을 여러 개 더 만들었다. 좀 큰 아이들은 모래 공을 어떻게 만드는지 물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 주며 아이들과 같이 재미있게 공을 만들었다.
나는 모래 공 하나를 네 손에 쥐어 주었지만 너는 천진스럽게 그것을 뭉개버렸다. 다시 공 하나를 쥐어 주었는데, 너는 또다시
그것을 부숴 버렸지. 그것이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자 그 어린 소녀가 말했다. “아줌마, 얘는 계속 망가뜨리기만
하는데 내 공은 아직도 멀쩡해요.” 나는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더 큰 걸 갖고 싶니?” 그러자 그 아이는 “예”라고 대답하고는
손에 쥐었던 공을 던져버리고 내가 더 큰 공을 만들어 주기를 기다렸다.
나는 너에게 공 하나를 더 만들어 주며 “이번에는 부수지마.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만들어 주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는 내 경고를 무시한 채 천진스레 웃으며 다시 그 공을 뭉개버렸다. 그때 다른 아이들이 “너는 부술 줄만 아는 구나”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네가 왜 그랬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평상시에는 그런 파괴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너는 항상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편이었지. 좀처럼 말로는 하지 않았다. 그 점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며 네게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만 믿었다.
하루는 마루에 누워 있는데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네 눈에는 그것들이 실재의 공도, 언덕도, 성도 아니고, 가지고 노는 모래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수분이 마르면 그것들은 다시 모래가루로 변한다. 그런데도 그것을 버리기가 아까워 마치 보물인 양 소중히 쥐고
있던 그 어린 소녀, 나는 그 소녀와 같았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창조해 낸 이 세상에서 놀고있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는 완전히 노는 데 열중하여 그것이 실재한다고 믿으며
놀이의 대상에 가상의 생명력까지 부여한다. 그런 후에는 거기에 집착한다. 이것을 이해했을 때, 나는 너처럼 다시금 순수한 무소유의
마음을 갖게 되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