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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길목에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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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구름을 벗 삼고 아무 시름 없이 일출과 일몰을 매일 보며 자연과 더불어 사니 시간이 흐르는 걸 잊곤 한다. 불현듯 세월을 헤아려보니 어느덧 삼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걸 알았다.

출가의식을 할 때 스승님이 다정스럽게 “네가 출가하려는 첫째 이유를 잊지 말아라. 머리를 깎는 것이 구도의 길을 보호하지는 않는다.”고 한 말을 상기했다. 나는 그때 스승님의 배려와 관심에 마음 깊이 감동받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스승님, 저는 훌륭한 제자가 되렵니다.”라고 다짐했다. 지금 우리 출가승 모두는 승복을 벗고 머리를 다시 기르지만, 전보다도 더 훌륭한 제자가 되길 마음속으로 갈망했다.

사실 나는 산에서 살면서 수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건 스승님의 좋은 제자가 되길 원해서이다. 매일 일과를 마치고 텐트로 돌아가면, 긴 풀이 바람에 부드럽게 날리고 이따금 새들이 찾는 고독한 순간을 즐긴다. 눈을 감고 명상할 때 온 주위는 정적에 휩싸여 있다. 스승님의 영상은 이렇듯 완벽하게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스승님이 없었다면, 이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지를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학생이었을 때 공부하는 책들 중의 하나가 [논어]였다. 나는 그 당시 제자에 맞게 가르치는 공자 밑에서 배우고 공자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제자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나는 가만히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이 말한 다음의 문장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공자의 말씀은 지극히 심오하며, 헤아릴 수 없이 깊고도 높다. 그는 단계적으로 가르치고 지도하며 처음엔 철학과 고전부터 시작한다. 그리고는 예(禮)로써 자신의 행위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친다. 그의 가르침은 무한하여 끝이 없다. 제아무리 노력해도 그의 말씀이 늘 앞에 있어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때 나는 책에 씌어진 ‘도(道)’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토록 감탄과 존경심이 생길 수 있을까? 나는 스승님을 따르고서야 비로소 안연이 했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물질의 추구 외에 더 심오한 영적인 경지가 있다는 걸 이해하고 깨우치게 도운 건 바로 우리 스승님이다. 스승님의 말씀은 무한한 지혜이고 한없이 깊이가 있기 때문에 스승님은 ‘도’ 또는 ‘길’로 표현된다. 익힐 것이 너무도 많아 배움을 중단할 수가 없다.

스승님은 나의 아름다운 면을 보여주면서 개선을 필요로 하는 추한 면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가장 흥미로운 건 스승님이 내 내면의 진아(眞我)를 찾는 체험을 주는 것이다. 과거의 삶은 대양에 떠도는 뗏목과도 같이 목표 없이 표류했지만 지금의 인생 목표는 배우고 근면하는 것이다.

신약성경의 베드로전서에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하느님의 말씀은 영원하도록 있도다.”라고 씌어 있다. 말씀을 전했던 과거의 성인들은 이미 떠나갔다. 그러므로 스승님을 만날 기회를 주시고 스승님의 사랑으로 신의 사랑과 자비를 진정으로 알 기회를 주신 신에게 감사드린다.

- 뉴스잡지 27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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