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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 수행에 정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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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추수기간에 나는 아버지와 찻잎을 따러 산에 간 적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같이 일하던 아주머니들 중 한 분이 내가 점심 도시락을 가지고 오지 않은 줄 알고 함께 식사를 하자고 했다. 그 아주머니는 채식을 하긴 했지만 완전한 채식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나도 도시락을 가져 왔었다. 그런데 내가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옆에서 듣고 계시던 아버지가 자랑스러움이 역력한 표정으로 “제발 귀찮게 하지 말아요. 내 딸은 완전 채식을 한단 말이오”라고 하셨다.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 내가 채식을 하고 수행을 하겠다고 해서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 이후로 부모님의 태도는 많이 바뀌었다. 아직도 본인들 스스로가 수행하고자 하지는 않으시고 가끔씩 빈정대는 투로 말씀하기도 하시지만 난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부모님이 오해를 하시는 것은 내가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이러한 것을 이해하려면 자신의 행동을 성찰해 봐야 한다.

음력설이나 다른 명절에 가끔은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간다. 그러면 부모님은 내가 식사나 제대로 하고 다니는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못 먹는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 가족 모두를 위해 순수한 채식을 마련해 놓곤 하신다. 어쩌다 내가 단순하지만 영양가 있는 요리를 정성스럽게 해서 드리면 부모님은 정말로 맛있게 드시면서 가공식품 같은 건 먹지 말라고 충고하시기까지 한다. 어머니는 정말 귀여우시다. 내가 어머니께 채식을 하시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잠시 집에 머무를 때면 어머니도 덩달아 채식을 하신다. 그러시면서 내가 집에 있는 동안엔 채식이 아닌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서 다른 사람이 가져온 음식이 썩어 버려진다고 장난스럽게 불평을 하신다.

나는 종종 어머니께 출가단체 내에서 일어나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해드린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센터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지를 설명해 드린다. 난 시간이 감에 따라 어머니가 조금씩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삶을 즐기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에 점차로 관심을 가지시는 것이었다. 집 밖에다 화초를 심어서 반가이 맞이하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셨고, 탐스러운 과일을 길러 평소에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셨다. 때때로 어머니는 아무것도 몰라 내게 불평을 하시는 척 한다. “넌 달라져야 돼.” 그러면 나는 “맞아요. 우리는 변해야 해요. 그러니까 저처럼 채식을 하셔 야죠”라고 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아이 마냥 깔깔 웃으신다.

자식에게 헌신적인 부모님을 보며 나는 이런 자문을 해 본다. “나도 이 분들처럼 수행의 길에서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헌신하며 희생할 수 있을까?” 사실 난 부모님께 세속적인 명예나 지위, 재산이나 물질을 가져다 드릴 순 없다. 하지만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할 길이 하나 있다. 나는 성심으로 수행하고 이 귀중한 몸을 통해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으로 그분들의 값진 희생에 보답하리라고 다짐했다.

-뉴스잡지 97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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