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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국가의 협조를 얻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주선을 완성시킨 엘리어는 ‘웜홀(벌레구멍)’이라는 곳을 통과하면서 광속으로 베가를 향해 여행한다. 상상도 못할 여행을 마친 후 그녀는 어떨떨한 모습으로 이렇게 외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요! 시인을 보냈어야 했어요. 너무 아름다웠거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과학자와 지식인들은 물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구의 시간으로는 1초도 안 되지만 실제로는 18시간의 여행을 했던 엘리어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 자신은 이 경험을 통하여 뭔가를 깨닫고 과학자로서의 신념과 인류에 대한 새로운 비젼을 갖게 된다.
이 영화는 수행자들과 관련있는 영화이다. 영화를 본 후 나는 이 영화가 수행자의 내면의 체험에 기초하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수채화처럼 보이는 배경 속에서 엘리어가 보았던 장엄한 우주와 그녀의 죽은 아버지가 불현듯 나타나는 광경도 모두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 과학자가 통과한 웜홀은 수행자들이나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빛의 터널과 유사하다. 명상 중에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도저히 그것을 묘사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내면의 체험은 말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체험을 묘사해도 다른 사람은 그것을 정확히 알 수 없고, 그러한 것이 체험의 본질과 참된 아름다움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엘리어가 자신의 체험을 얘기했을 때 어느 누구도 믿지 않았다. 이 점을 수행자들은 공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명상을 통해 믿지 못할 체험과 비전을 보는데, 이것은 직접 체험하지 않는 한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들은 이 물질세계를 초월해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물질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이 체험들을 증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엘리어가 사용한 카메라도 무용지물이었다. 그곳의 진동이 지구의 진동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우리 자신이 수행하지 않는다면 다른 수행자들의 내면의 체험과 깨달음이 마치 동화처럼 보일 것이다. 전 세계가 많은 문제와 고통에 직면에 있는데, 모든 해답이 들어 있는 내면 세계에서 그에 대한 해답을 찾지 않고 다른 곳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 일들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 뉴스잡지 93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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